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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명칭과 의미에 대해서..

chomice 2008. 1. 3. 11:20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명칭과 의미에 대해서

文學博士/ 村顔․朴永煥

(현, 中國 四川大學 客座敎授/ 현, 東國大學 中文學科 講師)


  현재,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지에서 차를 마시는 이들이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용어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과 이론(異論)이 분분하여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체, 사용되어 온 까닭에 차를 즐겨 마시는 차 애호가들과 차를 공부하는 이들 사이에 다구와 다기의 용어 사용과 이해에 적지 않은 혼란을 가중 시킨 게 사실이다.  이에 간단하게나마 다기와 다구의 명칭의 유래와 그 용어의 변천과정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문헌에 의하면, ‘다구(茶具)’와 ‘다기(茶器)’는 처음엔 별다른 구분 없이 모두 '다구(茶具)'라고 칭하였다. 다구(茶具)에 대한 기록은 왕포(王褒)의《동약(童約)》에 최초로 보인다. 바로 “팽도진구(烹荼盡具)”1) 라는 문구인데, 이 말은 “팽다(烹茶) 하기 전에 사용 할 다구(茶具)를 깨끗이 씻어 갖춘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도(荼)’는 ‘차(茶)’자가 조자(造字)되기 이전에 ‘차(茶)’자를 대용하여 쓰였던 ‘차(茶)’자의 옛날 글자임.


  다기(茶器)라는 명칭은 진대(晋代)이후에 생겨난 말이며, 당대(唐代)에 이르러 비로소 다기(茶器)와 다구(茶具)의 명칭이 확실하게 구분지어 진다.  다성(茶聖) 육우(陸羽)는 자신의 저술인《다경(茶經)》의 <二之具(二, 茶具)>와 <四之器(四, 茶器)>조에서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용도를 분명하게 구분함은 물론 각 도구의 그림과 함께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즉, 채다(採茶:차를 따고), 조다(造茶:차를 만드는)하는데 필요한 모든 연장을 일컬어 ‘다구(茶具)’라 명칭하고, 차를 우려내거나 혹은 삶아내고, 마시기 위해 필요한 제반 집기들을 가리켜 ‘다기(茶器)’라고 명명하고 있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구(茶具)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영(䕦):차를 따서 담는 상자/조(竈):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부뚜막으로 굴뚝이 없는 부뚜막을 사용 / 증(甑): 차를 찌는 시루/ 저구(杵臼):차를 빻는 절구공이와 절구 / 규(規):차(茶)의 모양을 잡는 ‘틀’ 혹은 ‘본’ 또는 ‘거푸집’/첨(襜): 차를 거푸집(또는 틀)에 넣기 전에 틀 밑에 까는 기름 발린 천으로써 ‘차떡’이 받침대에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에 식물성 기름을 발라서 사용한다. /계(棨): 송곳 모양의 창으로써 돈차의 가운데 구멍을 내는데 사용/박(撲):채찍과 같이 탄력 있는 대나무로 만든 ‘두드리게’로서 차가 서로 엉키지 않게 흩트리는데 사용/ 배(焙): 배로(焙爐)를 의미한다. 즉, 차를 건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貫): 대나무로 만든 것으로 차를 꿰어서 불에 쬐어 말리는 것이다. / 붕(棚): 선반으로 배로(焙爐) 위에 한자 높이 정도로 나무틀을 짜서 걸쳐 올려놓고 차를 불에 쬐어 말린다./ 육(育): 장마철에 차 보관에 있어 습기를 방지하기 위한 도구로써 나무로 틀을 세우고 대나무로 짜서 만든다. 풀칠을 한 종이로 그 위를 덮는다. 가운데 칸막이가 있으며 위에 덮개가 있고, 아래쪽에는 불 자리가 있다. 이것은 현재의 제습기의 역할을 했다.  2) 대저 이러한 것들은 모두 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연장들이며, 육우는 자신의 저서《다경(茶經)》에서 이것들을 가리켜 <다구(茶具)>라고 정의하였다. 

  이어서,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서 나열해 놓은 다기(茶器)의 품목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풍로(風爐):구리나 쇠로 주물(鑄物)하여 만든 바람이 통하는 화로 /거(筥):숯 광주리 / 탄과(炭檛):숯 가르게 / 화협(火筴): 부젓가락, 즉 불집게 / 복(鍑): 솥 / 교상(交床): 열십자 모양으로 교차시키고 가운데를 깎아 새겨서 비게 하여 솥을 지지한다. / 협(筴): 집게 /지낭(紙囊): 종이 주머니로 구운 차를 보관한다. / 년(碾): 맷돌/ 불말(拂末): 가루 털게 / 라(羅):체, 가루차를 체질하는 것 /합(合): 체에 거른 가루차를 찻숟가락과 함께 보관하는 통 / 칙(則): 찻숟가락. 가루차를 뜰 때 사용, 가루차와 함께 ‘합(合)’에 보관함 / 수방(水方) :물통, 나무결이 많은 홰나무, 가래나무, 가나무 등으로 합한다. 그 안의 이음새에 옻칠을 한다./ 녹수낭(漉水囊): 물 거르는 자루, 즉 물을 저장하는 통 / 표(瓢):표주박, 박을 갈라서 만들거나 혹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다. / 죽협(竹筴): 대나무 젓가락, 두 번째 끓을 때 물을 한 표주박 떠내고 탕(蕩)의 중심을 대젓가락으로 과격하게 휘젓는다는 기록으로 보아, 대 젓가락은 송나라 때의 찻숟갈 혹은 다선(茶筅)의 역할을 한 것이다. / 차궤(鹺簋): 자기로 된 소금 단지 / 숙우(熟盂): 익은 물 바리, 사기나 자기로 되었으며 익은 물을 저장한다. /완(盌): 주발, 그 양은 한 되의 5분의 1 정도이다. / 분(畚): 찻주발을 담는 그릇으로 주발 열개를 담을 수 있다./ 찰(札): 솔, 솥을 씻고 닦을 때 사용한다. / 척방(滌方): 개수통으로 다기를 씻은 물을 담아두는 것으로써 그 크기는 물 8되를 담을 수 있다. / 재방(滓方): 차 찌거기 등을 담아 두는 용기로써 크기는 5되이다. / 건(巾): 행주, 즉 찻수건이다. /구열(具列) :다기(茶器)를 거두어 진열해 두는 것 / 도자(都煮): 모든 다기를 세워서 진열해 두는 것. 3)


  육우(陸羽)의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용도에 따른 명확하고도 상세한 구분에도 불구하고, 송대(宋代)에 이르게 되면서 또 다시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용도와 명칭의 구분은 불분명해지게 되기 시작하면서, 다구와 다기를 합칭(合稱)하여 모두 ‘다구(茶具)’라고 일컫게 된다. 4)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구와 다기는 거의 구분이 없이 모두 ‘다구’라고 정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십수 년 전, 대만에서 중화(中華) 차문화 부흥운동이 한창 전개될 때, 필자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였던 오지화(吳智和) 선생은 차(茶)에 대한 논문지도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육우(陸羽)의 구분법을 쫓아, ‘다기(茶器)’와 ‘다구(茶具)’의 용도에 따른 명확한 구분과 그 명칭의 사용을 늘 강조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러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는 어느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정말 어찌 할 수가 없는 것인지, 언어나 문자의 사용의 변천과정도 대중적 시대의 흐름을 거슬릴 수는 없는 가보다.


  필자의 소견으로 다구(茶具)와 다기(茶器)의 현대적 의미를 간단히 요약, 정리하여 다음과 같은 사족(蛇足)을 덧  붙이고 싶다.

  기왕에 오랜 세월 동안을 차학(茶學) 연구나 제다(製茶 혹은 造茶:차를 만드는 일) 혹은 도예(陶藝)에 종사하는 이들은 물론, 차를 즐겨 마시는 애호가들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으로 많은 대중들이 ‘다기(茶器)’와 ‘다구(茶具)’를 모두 다구(茶具)라고 합칭(合稱)하여 왔으니, 우리는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하지만, 다기(茶器)라는 명칭도 아직 엄연히 존재하여 사용되어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연, 다구와 다기는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제다(製茶)에 필요한 연장들을 가리켜 ‘다기(茶器)’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기(茶器)’라는 말은 어느새 ‘차를 마시는 그릇’ 혹은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이미 널리 깊이 새겨 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필자는 당나라 육우(陸羽)의 다기(茶器)와 다구(茶具)의 분류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창(主唱)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세의 흐름도 거역할 수 없는 사실이고, 언어나 문자의 변천 속에서 막무가내로 고집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건데, 육우가 《다경(茶經)》에서 말한 ‘다기(茶器)’의 의미는 변한 게 없는 듯 하다. 단지, ‘다구(茶具)’의 의미는 좀 변한 듯 하다.  즉, 다구는 그 의미하는 범위가 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다구(茶具)’의 의미는 차를 따고, 만들고 하는데 필요한 연장(농기구)의 의미에서부터 차를 우려내고, 마시기 위한 용기(容器)나 집기(什器)에 이르기 까지 그 의미가 확대되어 상용(常用)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기(茶器)’는 차를 우려내고 마시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결론 내리면, ‘다구(茶具)’는 ‘다기(茶器)’가 될 수 있어도, ‘다기(茶器)’는 ‘다구(茶具)’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다구(茶具)는 이미 차를 제조하는 농기구(연장)의 범위에서 차를 마시기 위해 필요한 ‘집기’의 영역까지 확대 해석되고 있지만, 그러나 다기(茶器)는 여전히 차를 마시는 도구의 의미로 남아 있을 뿐, 차를 제다하는 연장(농기구)의 범위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茶談》2004년 가을호에 게재)

불암산 자락에서 촌안(村顔) 합장

출처 : 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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