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식 건설열풍에 전통건물 하나 둘 자취 감춰 |
일본, 한국 이어 중국 답습 |
지금 중국은 건설열기로 가득 차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중한 고건축을 마구 부수고 있는 것이다. 북경(北京)은 원래 "골목(胡同)"이 발달한 도시였다. 600년 전 이미 동서남북으로 가지런하게 도시를 만들었다. 그래서 북경사람들은 지금도 길을 알려줄 때 "동쪽으로 간 뒤 북쪽으로 가세요"라고 답한다. 이 가지런한 동네 안에 골목이 많았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무서운 뒷골목이 아니다. 인간미 물씬 풍기는, 외국인 눈이 커지며 "이것이 바로 중국의 맛"이란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중국이다. 그러나 이골목이 이미 많이 사라졌다. 이 골목 안에 있는 집 중 200년 이상 된 집도 많다. 일반인이 사는 집 한 채 한 채가 바로 문화재인 것이다. 이것을 모두 부숴버렸다. 대신 들어서는 것이 현대식 빌딩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를 보며 "중국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중국
필자(박근형 통신원)가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사천대학(四川大學)은 사천성(四川省) 성도(成都)에 있다. 성도는 고도(古都)다. 유비(劉飛)가 터를 잡았던 바로 그 촉(蜀)나라의 중심이다. 필자는 1997년에도 성도에 잠시 머물렀다. 그 때 성도는 조금 특이한 도시였다. 오래된 건물이 많았고, 골목도 많았다. 이 골목 사이사이에 찻집도 많았다. 이 찻집에서 중국인과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눴던 추억이 있다. 또 도시 자체가 농촌에서 느낄 수 있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모두 허물고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섰다. 그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 자체가 바로 문화재라는 것을. 세상에! 우리가 옛날에 걸었던 그 잘못된 길을, 지금 중국이 걷고 있다. 개발열풍이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파괴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야! 중국이다"라고 감탄할 수 있는 공간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 성도 시내에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착항자(窄巷子)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일부러 혼자 착항자로 간다. 그리고 추억과 상념에 잠긴다. 물론, 중국정부와 지방정부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많이 복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성도에 있는 금대로(琴臺路)인데, 한 마디로 그냥 으리으리하고 화려하다. 무조건 으리으리하고 깨끗하면 좋은 것인 줄 안다. 이곳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중국스러운 맛"이 전혀 없다.
지금 중국정부와 중국 지방정부는 정말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 필자는 "천부조보(天府早報)" 2003년 8월 11일자 기사를 보며, "중국정부는 자신들의 문화유산이며 세계인의 문화유산인 소중한 보물들을 보존할 의지가 없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사라지는 문화유산
2003년, 85살인 세계적인 건축가 패율명(貝聿銘)씨가 자기 고향 소주(蘇州)에 지을 소주박물관(蘇州博物館) 신관을 설계하기로 했다. 소주 시 당국은 이를 위해 좋은 부지 8000㎡를 제공했다. 그런데 그곳은 태평천국(太平天國) 충왕부(忠王府) 고건물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 곳이었다. 이곳은 놀랍게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헌데 패(貝)씨 성을 가진 이 인간은 세계인의 문화유산을 모두 부숴버리는 것으로 설계했다. 기공식은 2003년 10월이었다. 필자는 2004년 8월 소주(蘇州)에 하루 동안 있었지만, 이곳을 일부러 가지 않았다. 서울시가 창덕궁을 모두 부숴버리고 그곳에 서울시 박물관을 짓는다면, 그 꼴을 어떻게 눈 뜨고 볼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중국에서 오래된 건물 허물기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무조건 부순다. 이유도 묻지 않는다. "오래되었다", 이것이 충분조건이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은 네모로만 가득한 콘크리트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뿌듯해 한다. 그 하나하나가 중국의 영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미래가 아니다. 바로 지금이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도,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겉모양이 똑같다.
이 말이 믿어지지 않는 사람은 먼저 상해(上海) 남경동로(南京東路)를 천천히 걷기 바란다. 그 다음 아름다운 운하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소주(蘇州)에서 중심가를 살펴보라. 그리고 중경(重慶)으로 날아와 해방비(解放碑)를 둘러본 뒤, 성도(成都)로 달려와 춘희로(春熙路)를 구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경(北京) 왕부정(王府井)을 확인하라. 다시는 중국 도시관광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도강언(都江堰)은 농토로 물을 끌어들이고, 홍수 시 물을 빨리 흘려보내 완충작용도 하는 과학적인 고대 수리시설이다. 도강언은 225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치수방안이다. 2000년,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과학적이며 오늘날까지 생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리시설 도강언(都江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들어갔다. 도강언은 중국이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참으로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중국인들이 도강언을 없애려 하고 있다. 이것이 자평포(紫坪鋪)댐이라는 것이다. 2003년, 도강언을 수몰시키는 댐 소식은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도강언시(都江堰市) 세계유산판공실(世界遺産辦公室) 책임자 등숭축(鄧崇祝)이 말한다.
"자평포(紫坪鋪)댐을 완공하면 댐을 쌓지 않고 물을 끌어들이는 도강언의 특징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2250년 이상 내려온 중화문명의 기적이 세계문화유산 항목에서 사라질 위기입니다."
자기 파괴적 중국건설
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평포댐이 1134만무에 물을 보내 농토를 가꾼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미 도강언이 1100만무 농토에 관개(灌漑)해 기름지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모순(矛盾)이다. 지금 중국인들은 과학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자연정복(自然征服)과 자기파괴(自己破壞)로 바꾸고 싶어 한다.
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구체적으로 어느 귀중한 건물이 사라졌는가? 알고 싶어도 종합적인 자료가 없다. 없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옛날에 걸었던 그 길을, 중국이 그대로 걷고 있다.
박근형 중국통신원 berdl28@hanmail.net
NGOTIMES 2004년 12월 16일 오전 8시 5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